사랑채

자연의 엔지니어, 비버(beaver)

Author
신종계
Date
2009-07-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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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5
비버를 알게 된 것은 1984년 9월 보스톤의 MIT에 도착해서였습니다. 학교 안내를 받는 중에 MIT의 상징 동물이 비버라는 것을 안 것입니다. 자연의 건축사, 자연의 엔지니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는데, 저는 본 적이 없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.

2000년 여름, 미시간대학에 교환교수로 가 있는 중에 보스톤에 학회가 있어 가족들과 함께 미국 동부 여행을 갔습니다. 마침 집사람의 지도교수였던 보니 라모스선생님이 저희 가족을 초대하여 주어 그녀의 뉴햄프셔 집에 갔었습니다.

뉴햄프셔의 맑은 공기와 햇살 속에 아침 잠을 깬 우리들은 가까운 집 근처의 산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. 그곳에서 처음으로 비버를 만났습니다. 외모와 크기는 조금 큰 다람쥐같은 인상이었습니다.

산 속의 계곡마다 비버가 만든 댐이 있었습니다. 작은 댐은 나뭇가지로만 만들었으며, 물은 아주 조금씩 가지 사이로 흘러 나왔습니다. 평균 댐의 폭은 약 1미터, 높이는 30-40센티의 크기였습니다. 제게 나뭇가지를 주고 같은 댐을 만들라고 하면 불가능한 그런 댐이었습니다. 나뭇가지의 길이, 굵기를 어쩜 그렇게 정교하게 선택하고, 또 그 가지들을 엮어서 물이 고이도록 댐을 만들다니..., 경탄 그 자체였습니다.

계곡이 조금 넓은 곳은 큰 나무들로 댐을 만들었습니다. 계곡의 경사진 면에 있는 큰 나무들의 밑둥을 적절히 갉아 나무들이 댐을 만들 곳으로 넘어지도록 하였습니다. 경사진 곳의 나무들이 모두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,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댐이 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넘어져 비버들이 쉽게 최단거리로 나무를 옮겨 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.

여리고 힘없는 동물임에도 산속에 정교한 댐을 만들어 생활을 하는 비버에게서 진정한 엔지니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. 가끔 해결책이 안보이는 문제를 만나면 비버가 생각납니다. 그들의 영특함에 미소가 지어지며, 자연스레 저도 힘이 나곤 합니다.